올레길의 눈속을 비집고
나온 수선화가
파김치가 되어 꺽일듯이 가여운 모습에
그만 욕심을 부려보았다
몇떨기 수선화를 유리컵에 꽂아두웠다
그윽한 향내 맡으며 며칠이 흘렀다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삼다수물에 적셔주고 함께 해주웠건만
이내 쓰레기 더미에 버려지고 말았다
내 그럴줄 알고 집으로 드려 왔지만
어쩐지 미안해진다
눈보라치는 언덕 베기에 피는꽃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가
언젠가는 다시 태어나겠지만
병속에 꽂아둔 꽃이야말로
바람처럼 흔적없이 사라진다는걸
왜 몰랐을까?
그렇케 외롭게 자존심 세우며
오만을 떨더니만
이내 땅속으로 감춰졌다가
다시 부활 하는 그날은
고귀한 자태로 다시만날것을 기약하며
혹한이 몰아치는 삼다도에 겨울도
네가있어 행복했노라
잘가거라 수선화야!
제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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