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산로 유채꽃을 보려면 아직 한참 기다려야 하니 가장 먼저 유채꽃 소식을 전하는 제수 남서쪽 안덕면 산방산으로 향한다. 마치 거대한 종을 닮은 듯, 모양이 아주 독특한 화산이다. 인근 용머리해안과 함께 제주 화산지형을 제대로 보여 주는 곳으로 점성이 높은 조면암질 용암이 흐르지 못하고 계속 쌓이면서 분화구가 없는 용암돔이 탄생했다. 평야지대에 해발고도 395m 높이로 우뚝 솟아 있어 어디서든 잘 보인다. 산중턱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산방굴사가 유명해 많은 여행자들이 사계절 찾는 곳이다.
산방산 앞에는 이미 유채꽃이 활짝 펴 바람을 따라 노랑색 물결로 출렁인다. 2월부터 꽃잎을 열어 제주를 화사한 봄으로 물들이고 있다. 유채꽃 밭 사이로 걸어 들어간다. 꽃대는 워낙 키가 커 어른들도 머리만 보일 정도로 푹 파묻히니 노란색 물감통에 쑥 빠진 기분이다. 개나리를 닮은 화사한 봄꽃과 억겁의 세월 화산활동과 풍화작용이 만들어낸 독특한 화산이 어우러지는 풍경은 산방산 유채꽃 밭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입장료 1000원을 받지만 전혀 아깝지 않다. 산방산을 등지고 맨 끝에 있는 유채꽃 밭이 강추다. 유채꽃밭과 산방산 전체를 한 컷에 모두 담을 수 있어서다. 두 딸과 여행온 중년의 부부, 젊은 여인들 모두 셀카 삼매경에 빠져 유채꽃 밭을 떠날 줄 모른다.
산방산과 용머리해안은 시간과 바람이 빚은 태고의 제주를 만나는 시간이기도 하다. 특히 용머리해안은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화산지형으로 켜켜이 쌓이며 만들어진 신비한 절벽의 단면이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든다. 산방연대와 산방굴사를 둘러보는 A코스(약 2㎞, 1시간 30분 소요), 사계포구를 거쳐 마을 안길을 걷는 B코스(약 2.5㎞, 1시간 30분 소요), 산방연대에서 황우치해변을 따라가는 C코스(약 5.7㎞, 2시간 30분 소요)를 따라 지질여행을 떠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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