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해안도로 노을 전시관 부근 해넘이 풍경
가족들의 모임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남동생은 부산에서 오는 식구들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모든 부식들을
현지에서 구매하겠다고 했다. 모임 장소로 선정한 곳은 전남 영광에 있는 백수해안도로. 이곳은 해산물이
풍부하여 친정 식구들이 모이기엔 딱 마춤한 곳이다. 그런데 하필 조금에 걸렸다. 배가 출조하지 않아 시장
은 물론 포구에서도 횟거리를 구할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대체 음식들을 구해왔다. 왕새우, 낙지, 백합 들
을 사 온 것이다. 그런데 회를 좋아하는 가족들은 못내 서운하기만 하다.
하는 수 없이 우리 부부가 나섰다. 횟집에 가서 회를 떠오기로 한 것이다. 포구에서 직접 회를 떠다 먹는 사
람들이라 어지간한 회로는 입맛을 만족시켜줄 수 없지만 대충 흉내라도 내봐야 할 것 같았다. 우리 숙소가
있는 곳은 백수 해안도로 중간 지점. 워낙 유명한 관광지라 주변에는 음식점들이 즐비했다. 그 중 한 곳을 택
해 들어갔다. 밥 시간이 아니어서 그러는지 식당은 한산했다. 가장 만만한 광어 가격을 물었더니 무려 7만원.
회만 먹는다면 7마리로도 부족하겠지만 대체 음식들을 사왔기 때문에 두 마리만 사기로 하고 흥정에 부쳤다.
"좀 싸게 해주세요."
"이렇게 큰 건 마리 당 8만 원은 받아야 하는데 두 마리에 13만 원 주세요."
"만 원만 더 깎아 주세요."
"그래요."
광어 두 마리에 12만 원에 사는 걸로 흥정이 끝났다. 옆에는 산에서 주워 온 도토리로 만든 묵이 있었다. 귀
한 음식이라 한 덩이 사가겠다고 했더니 회를 손질하던 주인이 자신의 아내에게 한 덩이를 서비스하라고 한
다. 회값도 깎았는데 묵까지 더 주겠다 하니 문득 미안해진다. 가만히 있던 남편이 슬그머니 끼어든다.
"그럼, 만 원 더 드려."
무슨 이런 계산이 있나 싶다. 5천 원짜리 묵을 서비스하는데 만 원을 내면 그게 어떻게 서비스인가? 영락없
이 5천원을 손해보게 생겼지만 남편 체면 때문에 아무 말도 못했다. 그런데 주인이 황급히 수습에 나선다.
"계단 아래로 내려가면 호박이랑 무화과 따다 놓은 게 있는데 필요한 만큼 가져가세요."
주거니 받거니다. 그가 준 것을 냉큼 받기만 하지 않고 하나 받은 것에 대한 보답으로 다른 하나를 기꺼이
내주니 둘, 셋이 되어 돌아왔다. 이런 게 길 위에서 만나는 기쁨이자 바득바득 내 이득만 챙기려 들지 않
을 때 얻을 수 있는 참 행복이리라.
대양수산
전라남도 영광군 백수읍 백암리 212
061-351-0092
남편을 섬기고 이웃을 섬기고. 만나는 모든 이를 섬기는 사람이 있다. 이청리 시인의 아내인 그녀는 제주
에서 식당을 운영한다. 이청리 시인의 시 한 편으로 인연 지어진 세월이 4년이다. 한 번 내려 오세요, 한 번
다녀 가세요, 해도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못 가다가 지난 번 독일 친구와 함께 여행길에 나서면서 오래 묵
은 소원을 풀었다. 사실은 그에게 진 빚이 많다. 감귤 농사를 직접 짓고 농장에서 이런저런 푸성귀들을 손
수 길러 식당에서 쓰는데 때마다 그런 것들을 보내오는 것이다. 한 번은 가서 인사 드려야지,하고 있던 참
에 작은 아이가 친구들과 함께 가서 융숭한 대접을 받고 왔으니 빚이 더 불었다.
그녀에 관한 포스팅은 이미 두 번이나 했다.
부부간에도 가슴 설레는 사랑이 가능할까? http://blog.daum.net/2losaria/15946455
손 큰 그녀들의 통 큰 나눔 http://blog.daum.net/2losaria/15946524
자연을 입힌 기본 찬
이른 저녁 시간, 제주 공항에서 만난 우리는 일단 공항 근처에 있는 그녀의 식당으로 갔다. 대충 도착시간을 알
려 줬더니 이렇게 미리 상을 차려놨다. 보기만 해도 행복하다. 이 많은 것들을 큰 볼에 쏟아넣고 비벼 먹는다.
정말 손이 크다. 김치도 이렇게 통으로 내온다.
두 사람이 먹을 건데 웬 고기를 이렇게나 많이 내 오는 것인지.
이청리 시인과 그의 시. 식당 벽면에 온통 이청리시인의 시로 도배되어 있다. 그녀의 남편 사랑은 도무지 흉내조차
낼 수 없다.
"가는 날, 꼭 들리세요."라며 신신당부하는데 정말로 가고 싶지 않았다. 또 무엇인가를 싸 주려고 그런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저지오름을 끝으로 제주 여행을 마친 우리는 그녀 몰래 살그머니 공항으로 가려고 했다. 그
런데 올 만한 시간이 되어도 오지 않자 전화가 온다.
"왜 안 오세요?"
어쩔 수 없다. 도저히 그녀의 레이다 망을 피해 갈 수가 없다. 식당으로 가 다시 밥을 얻어 먹고 나오는데 그녀
가 큰 박스를 들고 쫒아 나온다.
"이거 가지고 가세요."
또 한 무더기의 빚을 졌다.
제주 용머리 해안의 여명
제주에 갈 일이 있다면 꼭 한 번 만나야지, 하고 맘 먹고 있던 사람이 있었다. 제주가 좋아 제주 변두리에
<환희의 정원>을 짓고 꿈꾸듯 살아가는 여인이다. 친구가 원하는 대로 여행하기로 작정했지만 불현듯 2박 3일
여행을 떠나기란 쉽지 않았다. 미리미리 연락을 했어야 하는데 그녀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들어가 비밀 댓글만
남겨두고 확인을 하지 못한 채 출발한 것이다. 한 밤 중에 문득 생각나 그녀의 방을 기웃거렸더니 답글이 보였다.
그렇게 연결된 시간이 밤 11시. 우린 다음 날 일출을 보기 위해 용머리해안에 5시 50분에 도착하기로 했는데 그
녀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은 딱 그 시간 밖에 없으니. 넌즈시 사정을 이야기 했더니 두 말하지 않는다. 그 새벽에
차를 끓여가지고 용머리해안으로 달려나온 것이다.
전날 밤 11시 넘어 통화가 되어 다음 날 새벽 6시도 안 된 시간에 만났던 제주를 사랑하는 여인 오마니님.
오마니님 방 blog.daum.net/yeonhee6233
여명부터 해돋이까지 함께 지켜본 다음, 식당으로 가서 밥을 먹으려고 했었다. 그런데 자신의 집으로 가자고
한다. 이런 민폐가 어딨나 싶어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망설였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함께 있고 싶어 그런
다는 걸 알기 때문에 엄벙덤벙 그녀 뒤를 따라가서 아침을 얻어 먹었다. 그러니까 전날 밤 11시에 통화하여
다음 날 새벽 함께 일출을 보고 그녀가 손수 지은 밥까지 얻어 먹은 셈이다.
세상엔 나를 걸려 넘어지게 하는 돌부리만 있는 게 아니다. 때로는 이렇듯 좋은 사람들을 만나 사람으로부터
받았던 상처를 씻어내고 새 살이 돋게도 하는 것이다. 이런 게 바로 사람살이의 묘미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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