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사진과 글

새는 날아가면서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류시화

환희의정원 2024. 2. 24. 05:18

새는 날아가면서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류시화-

​시를 쓴다는것이
더구나 나를 뒤돌아본다는 것이
싫었다

언제나 나를 힘들게 하는것은
나였다.

다시는 세월에 대해 말하지 말자
내가슴에 피를 묻히고 날아간
새에 대해
나는 꿈꾸어선 안 될 것들을
꿈꾸고 있었다

죽을때까지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
나는 두려웠다

​다시는 묻지 말자
내 마음을 지나 손짓하며 사라진
그것들을
저 세월들을
다시는 돌이킬수 없는 것들을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는 법이 없다

고개를 꺽고 뒤돌아보는 새는
이미 죽은 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