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가는 글&음악[스크렙]

시를읽는다/박완서

환희의정원 2024. 11. 5. 14:20

심심하고 심심해서 왜 사는지 모르겠을
때도 위로받기 위해 시를 읽는다.

등 따습고 배불러 정신이 돼지처럼 무디어 져 있을 때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어 시를 읽는다.

나이 드는 게 쓸쓸하고
죽을 생각을 하면 무서워서 시를 읽는다

꽃 피고 낙엽 지는 걸
되풀이해서 봐 온 햇수를 생각하고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내년에 뿌릴 꽃씨를
받는 내가 측은해서 시를 읽는다
박완서 시



낙타 / 신경림    
      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것도 못 본 체
      손 저어 대답하면서,
      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
      누군가 있어 다시 세상에 나가란다면
      낙타가 되어 가겠다 대답하리라.
      별과 달과 해와
      모래만 보고 살다가,
      돌아올 때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 하나 등에 업고 오겠노라고.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았는지도 모르는
      가장 가엾은 사람 하나 골라
      길동무 되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