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가는 글&음악[스크렙]

이룻 선생님 의 시

환희의정원 2018. 10. 21. 05:15

이 가을 들꽃이면 좋겠다

 

시/이룻:이정님

 

네 옷에 붙은 검불을 털어줄 때

손끝에 묻어난 향기로 가을은 영글고

문신 툭툭 갈라진 상처 위에는

바람 몇 점 엎드려 있었지

 

멀리 가던 벌 나비들의 촉수가

가까스로 지난날을 더듬으면

한 폭의 구도 속으로

늦게 도착한 햇살은 수줍게 웃고

 

자꾸만 욱여 넣는 오후의

 

손가락 끝 마디 마디

결코 슬퍼서는 안 되는 너와

반드시 슬퍼야 하는 나는

 

이 가을

마주 피었다 함께 시들어도 좋을

 

들꽃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