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침묵으로 바람이 되어도 / 이해인
눈을 감아도
마음으로 느껴지는 사람..
그대 침묵으로 바람이 되어도..
바람이 하는 말은
가슴으로 들을 수가 있습니다..
아침 햇살로
고운 빛 영그는 풀잎의 애무로..
신음하는 숲의 향연은 비참한 절규로.
수액이 얼어 나뭇잎이 제 등을 할퀴는 것도
알아보지 못한 채..
태양이 두려워
마른 나뭇가지 붙들고 메말라 갑니다..
하루종일 노닐던 새들도
둥지 로 되돌아갈 때는
안부를 궁금해 하는데..
가슴에 품고 있던 사람의 안부가
궁금하지 않은 날 있겠습니까..
삶의 숨결이 그대 목소리로 젖어 올 때면..
목덜미 여미고 지나가는 바람의 뒷모습으로도..
비를 맞으며 나 그대 사랑 할 수 있음이니..
그대 침묵으로 바람이 되어도
바람이 하는 말은
가슴으로 들을 수가 있습니다.
장미를 생각하며 / 이해인
우울한 날은
장미 한 송이 보고 싶네
장미 앞에서
소리내어 울면
나의 눈물에도 향기가 묻어날까
감당 못할 사랑의 기쁨으로
내내 앓고 있을 때
나의 눈을 환히 밝혀주던 장미를
잊지 못하네
내가 물 주고 가꾼 시간들이
겹겹의 무늬로 익어 있는 꽃잎들 사이로
길이 열리네
가시에 찔려 더욱 향기로웠던
나의 삶이
암호처럼 찍혀 있는
아름다운 장미 한 송이
'살아야 해, 살아야 해'
오늘도 내 마음에
불을 붙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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