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가는 글&음악[스크렙]

다키스트아워!(펌글)

환희의정원 2022. 3. 5. 14:54
전쟁은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시공간이다. 인간의 삶에서 삶과 죽음을 떠나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인간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이고 죽음의 역사이다. 죽음의 무게와 영향은 다르다. 일상에서 죽음은 선택의 영역은 아니지만 전쟁은 삶과 죽음 사이를 고민하고 갈등하는 선택의 영역이다.

우린 끝까지 싸울 겁니다. 우린 프랑스에서 바다와 대양에서 싸울 것입니다.

큰 자신감과 강인함으로 하늘에서 싸울 것이며 어떻게든 우리나라를 지켜낼 것입니다.

우린 해안가에서, 상륙지에서, 들판과 거리, 언덕에서도 싸울 것입니다.

만약 우리나라가 정복 당하고 굶주릴지라도

영국 함대가 수호하는 우리 대영제국은 계속 싸울 것이며, 가까운 장래에 강력한 힘을 가진

신세계가 구 세계를 구하고 해방할 것입니다.”

영화를 보는 시선>

영화는 전쟁 장면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영화 는 제목이 말해주듯 가장 어두운 시간 즉 타협이나 항전이냐의 양극단의 선택 상황에서 수상 처칠의 가장 힘든 결단의 시간을 잘 묘사한다. 다혈질에 알코올 중독, 시가를 물고 의원들과 일반 국민들 앞에 나선 처칠은 수상의 자리에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괴팍한 성격의 처칠은 수상이라는 자리가 주는 무게감을 견디며 대중을 설득한다. 게리 올드만의 처칠 연기는 압권이다. 실제 처칠을 제대로 보여줬는지 모르지만 현실의 인물보다 더 사실감 있게 처칠을 연기한 것으로 보인다.

처칠의 괴팍함은 그가 비서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극명하게 나온다. 나이 어린 비서에게 대하는 그의 태도는 무례할 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실망스러움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그의 다혈질적인 기질과 태도는 오랜 군 생활로 인해 만들어진 부분임을 짐작게 한다. 영화 는 인간 처칠이 아닌 수상 처칠의 모습을 시종일관 그려낸다. 전쟁이라는 엄혹하고 살벌한 상황에서 보이는 처칠의 모습을 영화는 잘 담아냈다.

마지막 의회 연설 장면이 인상적이었지만 그보다 더 인상적인 장면은 지하철에서 만난 시민들과의 대화 장면이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다가와 이름을 물어보며 히틀러와의 타협이 마땅한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일반 시민들은 타협하지 않고 응전할 것을 소리 높여 외친다. 거기에 힘을 받은 처칠이 의회 연설에서 지하철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름을 부르며 절대 타협에 의한 평화를 국민은 원하지 않음을 역설한다.

오락영화가 아니다. 제대로 된 전쟁신 하나 나오지 않는다. 대부분의 장면은 처칠과 관료들, 의원들과의 대화와 갈등이다. 그래서 전쟁영화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하지만 전쟁이라는 장면보다는 전쟁을 치르는 군인들 뒤에 정부와 관료의 세계를 들여다본다는 차원에서는 의미 있다. 또한 처칠 수상을 간접 경험한다는 차원에서도 의미 있는 영화 보기였다. 흥미보다 인간에 대해 궁금하다면 이 영화 를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