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서명숙 올레 이사장 영결식에서 ~
[추도사] 놀멍 쉬멍 꼬닥꼬닥, 그 길 위에 남긴 영원한 평화
오늘 우리는 제주의 바람을 닮았던 한 사람, 거친 숨을 고르며 길을 내어주던 우리 시대의 진정한 길동무 서명숙 이사장님을 떠나보냅니다.
그녀는 늘 말했습니다. "놀멍, 쉬멍, 꼬닥꼬닥 걸으라"고.
그 낮고 느린 목소리는 분주한 세상의 속도에 지친 우리들에게 건네는 가장 따뜻한 위로였고, 제주가 품은 평화의 일상을 온 세상과 나누고자 했던 간절한 약속이었습니다.
흙을 밟으며 틔운 생명의 길
그녀가 처음 서귀포의 돌담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을 때, 그것은 단순히 사라진 길을 찾는 여정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상처받은 마음들이 기대어 쉴 수 있는 '어머니의 품'을 만드는 일이었고, 잊혀가던 제주의 속살을 세계의 모든 이들에게 선물하는 숭고한 나눔이었습니다.
낮은 돌담 너머로 흐르던 웃음소리, 집 마당에 핀 유채꽃의 향기, 그리고 거친 바다를 일궈온 해녀들의 삶까지. 그녀는 그 모든 평범한 풍경 속에 깃든 위대함을 발견하여 '올레'라는 이름의 시(詩)로 엮어냈습니다.
경계 없는 평화, 세계를 잇는 발자국
그녀가 걸어간 길은 제주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올레길의 푸른 리본과 주황 리본이 바람에 나부낄 때마다, 갈등과 대립의 경계선은 허물어지고 그 자리에 사람과 사람을 잇는 평화의 다리가 놓였습니다.
이제 그녀는 우리가 미처 가보지 못한 하늘의 올레길을 향해 꼬닥꼬닥 앞서 걸어가고 계십니다.
하지만 슬퍼하지 않겠습니다.
그녀가 낸 길 위에 떨어진 수많은 발자국은 이제 우리들의 가슴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이정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영원한 길동무여, 이제 평안히 쉬소서
사랑하는 누님 서명숙 이사장님,
당신이 있어 제주는 더 이상 외로운 섬이 아니었습니다.
당신이 있어 전 세계의 걷는 자들은 고향을 찾은 듯한 평안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이제 무거운 짐 내려놓으시고, 당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제주 앞바다의 노을처럼, 한라산 중턱을 감싸는 구름처럼 자유롭게 거니소서.
우리는 기억하겠습니다.
천천히 걷는 걸음 속에 진정한 생명이 있고,
이웃과 나누는 소박한 일상 속에 인류의 평화가 있다는 그 준엄하고도 따뜻한 가르침을 말입니다.
서명숙 이사장님, 당신은 영원히 우리 곁에 살아있는 길입니다.
2026년 4월 10일
당신을 기억하는 모든 선한 이들의 마음을 모아 드립니다.
#서명숙 #올레 #올레길 #서명숙엉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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