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행

제주 올레길을 터준 서명숙 이사장 별세/장례식 추도사

환희의정원 2026. 4. 10. 14:24

고 서명숙 올레 이사장 영결식에서 ~

​[추도사] 놀멍 쉬멍 꼬닥꼬닥, 그 길 위에 남긴 영원한 평화

​오늘 우리는 제주의 바람을 닮았던 한 사람, 거친 숨을 고르며 길을 내어주던 우리 시대의 진정한 길동무 서명숙 이사장님을 떠나보냅니다.

​그녀는 늘 말했습니다. "놀멍, 쉬멍, 꼬닥꼬닥 걸으라"고.
그 낮고 느린 목소리는 분주한 세상의 속도에 지친 우리들에게 건네는 가장 따뜻한 위로였고, 제주가 품은 평화의 일상을 온 세상과 나누고자 했던 간절한 약속이었습니다.

​흙을 밟으며 틔운 생명의 길
​그녀가 처음 서귀포의 돌담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을 때, 그것은 단순히 사라진 길을 찾는 여정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상처받은 마음들이 기대어 쉴 수 있는 '어머니의 품'을 만드는 일이었고, 잊혀가던 제주의 속살을 세계의 모든 이들에게 선물하는 숭고한 나눔이었습니다.

​낮은 돌담 너머로 흐르던 웃음소리, 집 마당에 핀 유채꽃의 향기, 그리고 거친 바다를 일궈온 해녀들의 삶까지. 그녀는 그 모든 평범한 풍경 속에 깃든 위대함을 발견하여 '올레'라는 이름의 시(詩)로 엮어냈습니다.

​경계 없는 평화, 세계를 잇는 발자국
​그녀가 걸어간 길은 제주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올레길의 푸른 리본과 주황 리본이 바람에 나부낄 때마다, 갈등과 대립의 경계선은 허물어지고 그 자리에 사람과 사람을 잇는 평화의 다리가 놓였습니다.

​이제 그녀는 우리가 미처 가보지 못한 하늘의 올레길을 향해 꼬닥꼬닥 앞서 걸어가고 계십니다.

하지만 슬퍼하지 않겠습니다.

그녀가 낸 길 위에 떨어진 수많은 발자국은 이제 우리들의 가슴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이정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영원한 길동무여, 이제 평안히 쉬소서
​사랑하는 누님 서명숙 이사장님,
당신이 있어 제주는 더 이상 외로운 섬이 아니었습니다.

당신이 있어 전 세계의 걷는 자들은 고향을 찾은 듯한 평안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이제 무거운 짐 내려놓으시고, 당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제주 앞바다의 노을처럼, 한라산 중턱을 감싸는 구름처럼 자유롭게 거니소서.

​우리는 기억하겠습니다.

천천히 걷는 걸음 속에 진정한 생명이 있고,
이웃과 나누는 소박한 일상 속에 인류의 평화가 있다는 그 준엄하고도 따뜻한 가르침을 말입니다.

​서명숙 이사장님, 당신은 영원히 우리 곁에 살아있는 길입니다.

​2026년 4월 10일
당신을 기억하는 모든 선한 이들의 마음을 모아 드립니다.

#서명숙 #올레  #올레길 #서명숙엉결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