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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는다/박완서

환희의정원 2021. 1. 15. 23:06

심심하고 심심해서 왜 사는지 모르겠을
때도 위로받기 위해 시를 읽는다.

등 따습고 배불러 정신이 돼지처럼 무디어 져 있을 때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어 시를 읽는다.

나이 드는 게 쓸쓸하고
죽을 생각을 하면 무서워서 시를 읽는다

꽃 피고 낙엽 지는 걸
되풀이해서 봐 온 햇수를 생각하고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내년에 뿌릴 꽃씨를
받는 내가 측은해서 시를 읽는다